귀향일기

홍성소식 136 - 어머니

정재황 2017. 5. 3. 23:09

저는 35년생, 올해 83세 이신 어머님을 모시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2004년, 70세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셨습니다. 낮에는 양초장의 꽃을 가꾸시고, 밤에는 시를 쓰십니다. 작년 11월, 아우의 결혼식에서 자작하신 축시를 낭독하신 이후, 마을 사람들로 부터 자녀 혼사에 낭독할 축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으시곤 합니다. 맑은 영혼을 가지신 어머님이 자랑스럽습니다.


80이 넘은 노모가 50이 넘은 아들과 지하철 승차권을 구매할 때, '어른 하나, 아이 하나'라는 우스게 소리가 있습니다. 모든 어머니에게 자식은 평생 철들지 않은 '어린이'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어머니에게 아직껏 "어린이" 입니다. 어머니는 늘 옆에서 자식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셨고,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셨습니다. 지금도, 집을 나셨다가 아무 탈 없이 “엄마, 아들왔어요“라는 목소리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십니다.


이틀 동안 꽃밭을 가꾸신 어머니가 어제 하루 몸살로 누우셨습니다. 예전에는 금방금방 하시던 일도 힘겨워하시곤 합니다. 곤히 주무시는 어머니의 고운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살을 보며, 그간의 불효를 실감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진 어머니의 가슴이, 저의 나이 만큼 처져서 가슴이 저릿해 옵니다.


늘 곁에 계셔서, 어머니의 사랑과 걱정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지내왔습니다. 올해 83세 울 어머니, 어머니의 남은 삶 동안 좀 더 평안하시도록 효도하겠습니다. 울 엄니 오래오래 건강하셔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