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48 - 인양양초장 배수로 공사
정재황
2017. 7. 8. 02:55
항아리 속에서 식초가 익어가는 장소를 '발효장'이라 합니다. 마을 진입로 위쪽에 제 1, 2 발효장이 있고, 아래 쪽에 제 3 발효장이 있습니다. 제 1 발효장에는 750개의 항아리가 있습니다만 제 2, 3 발효장은 터 닦기 공사만 완료된 상태입니다. 발효장은 구릉지대를 깎아 평지로 만들었기에, '물빠짐'이 중요합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식초가 담겨 있는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닫을 수가 없기에 초치는 농부는 '반 휴일'입니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삽질을 하는 극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3일전, 홍성에 내린 폭우로 인해 제 3 발효장의 토사가 유실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토사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이틀 동안 습한 무더위 속에서 간간이 내리는 소낙비를 맞으며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였습니다. 아스팔트와 만나는 지점의 흙을 퍼내고, 80 개가 넘는 고무 배수관을 묻고, 핀으로 연결한 후 흙으로 고정하는 작업을 한 것 입니다. 이왕에 손댄 것, 항구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작업하였습니다.
삽질만 이천 번 이상 한 것 같습니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지만, 완성된 배수로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보니 더 이상의 토사 유출은 없을 것입니다. 군 복무 이후, 비 오는 날 삽질은 처음입니다. 양초장에 또 하나의 역사가 기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