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73 – 3월 14일, 빨간감자(홍감자)를 심다

정재황 2018. 3. 15. 15:46

감자는 남미의 안데스 지역이 원산지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순조시대 1824년 만주지방에서 도입되었습니다. 감자의 절단된 면이 흰색인 것은 ‘수미감자’ 이고, 노란색을 띠는 것은 ‘홍감자(안데스레드) 입니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봄에 일찍 파종해 여름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수확합니다.


오늘은 온 동네가 ‘감자심기’로 무척 분주한 하루였습니다. 3월 15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웃 집은 품앗이 나온 마을 사람들이 협업하고, ‘비닐피복관리기’를 이용하여 감자를 심어, 오전에 ‘감자심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웃은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도, 오후 품앗이가 있기에 도움을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귀농한 우리는 농사가 서투릅니다. 품앗이 멤버가 아닙니다. 600평이 넘는 밭에 감자를 SELF로 심어야만 합니다. 군대용어로 농사 ‘고문관’ 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감자를 심고 난 후, ‘비닐멀칭’을 하는 것 이었습니다. ‘비닐피복관리기’가 없기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비닐을 펴고, 삽질로 비닐 가장자리를 고정하여야만 했습니다. 두덕 한 줄을 비닐 입히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귀농 후, 자칭 삽질의 대가가 되었어도, 600평이 넘는 밭을 삽질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


궁하면 통한다고, 농기은행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출장간 ‘비닐피복관리기’가 오후 3시에 원대복귀 한다는 희소식을 듣고, 임대하였습니다. 조작법을 배우고, 밭에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되었습니다. 기계를 사용한 작업이 수작업보다는 효율적이었지만, 군데군데 찢어지고, 가장자리에 흙이 덮이지 않고, 어둠을 향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이때 “짠~” 하고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품앗이 갔던, 이웃 마을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작업모습을 본 것입니다. 아저씨가 ‘비닐피복관리기’의 운전대를 잡자마자, 상황이 급변하였습니다. 두 덕 하나당 10분도 걸리지 않고, 완벽하게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한 시간 반 만에 ‘비닐멀칭’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현금’으로 사례하고자 하였으나, 이웃 마을 아저씨는 따뜻한 마음으로 거절하며 가던 길로 가셨습니다. 비록, '성의'이지만 돈으로 해결하고자 한 못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비가 그치면, ‘현미흑초’ 들고 아저씨에게 인사드리러 갈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도 많이 있음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중순~하순에 맛있는 ‘홍감자’ 가지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작년에 수확한 빨간감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