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소식 176 – 파리
지금은 귀농한 ‘초치는 농부’ 이지만, 50년 넘게 ‘도시민’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때는, ‘파리’하면 ‘에펠탑’과 ‘빵집‘ 그리고 ‘내 안에 너 있다’라는 연속극의 명대사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곤 했습니다. 회사 업무로 5번이나 프랑스 출장을 다녀왔지만, ‘에펠탑’에 올라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기만 합니다.
도시민에서 초치는 농부가 되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점은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일은 고되고, 소득은 적어도, ‘양초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 때문입니다.
봄이 오고, 기온이 상승하게 되자, 가장 짜증나는 일이 ‘파리’와의 전쟁 입니다. 파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신은 게으른 인간이 낮잠자는 것을 미워하여, 얼굴에 붙는 ‘파리’로 사람을 귀찮게 함으로써 잠을 깨웠다고 합니다.
이십여종의 집파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을 포함한 오물 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똥파리’라고도 합니다. 살아있는 파리 한마리의 몸만으로도 2천 8백만 마리의 박테리아를 실어나를 수 있고, 체내에 5백만 마리의 박테리아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15~25일을 사는 파리는 5~6회, 한번에 150여개의 알을 낳습니다. 파리를 죽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 마당 끝자락에 단백질을 공급하여 주는 9마리 닭의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매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소독도 합니다. 그러나, 홍성은 대한민국에서 소와 돼지가 제일 많은 ‘군’ 입니다. 농촌의 논과 밭에는 ‘소똥’을 원료로 하는 비료가 뿌려집니다. 파리가 좋아하는 환경입니다. 환기를 위해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면, 파리 대장이 ‘전군 진격하라’ 하고 외칩니다.
‘파리채’가 공기를 가르면, 파리는 하늘이 준 천명을 다하지 못합니다. 살생을 범하였지만, 당위적 행위라 위안하며, 오늘도 파리를 죽입니다. 천국의 문은 좁습니다.
TIP - 작은 그릇에 사과 식초와 식기 세제 몇 방울로 파리 덫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릇은 비닐 랩으로 덮고 랩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