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93 – 여권사진 / 영정사진

정재황 2018. 7. 10. 17:30

(현미흑)초치는 인양양초장의 대표인 아우는, 홍성 농업기술센터식초교실의 강사이기도 합니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일본 가고시마현의 현미흑초 단지를 견학합니다. 견학과 관련된 모든 일정수립과 통역은 아우가 SELF로 합니다. 금년 견학시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했고, 수강생들도 기꺼이 동의하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목적은 어머니 살아 생전에 일본 구경 시켜드리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여권을 발급받으신 2003년에 미국을 다녀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샌프란시스코 해안의 멋진 풍경과 눈 내린 보스턴의 설경을 지금도 말씀하시곤 합니다. 이 후, 어머니는 여권이 만기가 될 때까지 추가로 해외여행을 다녀오시지 못하였습니다. 자식들은 어머니 혼자서 해외여행은 무리라는 핑계를 대고, 어머니는 자식들이 해외여행으로 돈을 지출하는 것을 저어하셨기 때문입니다.

 

어제. 여권사진을 찍기 위해 곱게 화장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설렘이 가득한 소녀였습니다. 진작에 한 번 이라도 더 해외여행 보내드릴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모시고 사진관에 간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사진관에 들어서니 영정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빗는 동안, 영정사진의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눈치 없이 사진관 주인이 화장실에서 나오신 어머니에게 영정사진을 보여주며, 한복입고 오세요 합니다. 그 순간, 목이 울컥하였습니다. 아버님 없이 홀로 30년 사신 어머니와의 이별 순간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죽으러 가는 길이고, 영정사진은 떠났을 때 필요한 것이니 살아생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눈가에 눈물이 돌았습니다.

 

생존해 계실 때에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놓으면 더 오래 사신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도록 영정사진을 찍을 것 입니다. 그래야, 어머니가 일본에 다녀오신 후, 백두산에도 다녀오시고, 중국에도 다녀오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유 !!!

 

** 영정사진은 깨끗한 보자기에 싸서 서랍이나 장롱속에 보관해 두는 것이 예의 입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흰색 보자기로 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