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242 - 새 신발 / 안전화
정재황
2019. 9. 21. 18:30
어릴 때 기억으로, 새 신발은 명절이나, 입학식, 또는 생일을 앞두고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사주시는 선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새 신발을 신고 기뻐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스스로 신발을 구입한 것은 중학생 때 신은 ‘학생화’가 처음일 것입니다. 사이즈만 맞으면 되는 검정 운동화니, 신발 사는 날은 거스름돈을 ‘삥땅’치는 행복한 날 이었습니다. 구두는 고등학생 때 처음 신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발은 헤지고, 밑창이 낡아야 새로 사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기능과 멋으로 신발을 구입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집이든 신발장에는 먼지 쌓인 운동화, 구두가 가득합니다.
귀농하여 양초장과 밭에서 일하다 보니, 주로 신는 신발이 ‘안전화’ 입니다. 묵직한 신발이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면, 새 신발은 어느새 헌 신발이 됩니다. 세월을 입어 상처가 나고 금이 가고, 주름져 닳아버린 낡은 안전화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를 말해줍니다.
어제, 주문한 안전화가 도착하였습니다. 새 신이 헌신이 될 때쯤이면, 양초장에 빈 장독대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