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255 - 귀농 5년차 / 변화
정재황
2019. 12. 15. 11:32
성공하기 위한 의지도 있었고, 노력도 했습니다. 조직에 충성하였기에 잘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보다 조금 먼저 잘렸습니다. 사장이 보는 눈과 제가 보는 눈이 달랐을 것입니다. 아직도 회사에 출근하는 친구가 있으니, 제가 여러모로 부족하였음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 이후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습니다만, 철저한 사전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낙향(落鄕)을 하였습니다. 벼슬살이 한 것이 아니니, 낙향이라는 표현보다는, 더 이상 도시생활이 불가한 패배자인 소시민의 ‘도시탈출’ 이었습니다.
귀농 후 처음 한 일이 반복되는 삽질이었습니다. 지친 마음과 육체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편이었습니다. 마음을 달래고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한 주경야독(晝耕夜讀)은, 피곤에 지쳐 항상 책을 펼친 첫 쪽이곤 하였습니다.
귀농한지 만 4년의 시간이 지났고, 5 년차에 들어섰습니다. 사람의 능력 중의 하나가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고 합니다. 지난 4년 동안 내적,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등바등 하지 않습니다.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넓어졌습니다. 지난 4년간 이루어낸 가장 크고 멋진 변화입니다. 내년이면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이순(耳順)이 됩니다. 변화도 크지만 세월이 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