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330 – 2023년 감자농사 2 / 농부의 마음

정재황 2024. 4. 10. 00:13

2023년 7월 3일 작성글 


(현미흑)초 치는 농부 형제는 매년 반복되는 삶을 삽니다. 농사는 시간 싸움이기에, 준비는 서두르되 차근차근 진행합니다만, 놓치는 일도 많습니다. 이것이 삶입니다.

일년 중 6월은 일이 차고 넘치는 달 입니다. 지난 6월, 184개의 항아리에 2023년산 식초를 담그고, 약 500ML/400병에 해당하는 양의 매실주도 담갔습니다. 식초와 매실주 담금을 위한 준비과정에 대한 노력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지난 홍성소식 327에서 감자농사를 언급한바 있습니다. 6월 25일부터 시작한 약 400평의 감자수확을 7월 2일 완료하였습니다. 남은 일은, 수확한 감자를 전수검사하며, 흙을 털어내고, 선별 포장하여 주문하신 고객에게 보내드리는 것 입니다. 경험상 하루에 10KG / 10박스 진행하기도 벅찬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자 포장하다 7월도 다 갈 것 같습니다.

감자 농사를 짓다 보니, 걱정이 많아지게 됩니다. 감자를 일찍 심으면 3월말 4월의 냉해를 걱정해야 하고, 늦게 심으면 수확철과 장마철이 겹치는 까닭에 적기 수확을 걱정합니다. 감자가 밭에서 자라는 동안에는 병충해 걱정, 가뭄 걱정, 고온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수확할 감자의 양과 크기도 걱정합니다 감자는 균일품이 아닙니다만, 감자를 구매하는 소비자님들은 모두 크고 좋은 감자만 원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판매를 걱정하여야 합니다. 솔직히 ‘감자 사주세요’ 부탁드리는 것도 걱정입니다. 모든 것이 걱정, 걱정입니다.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짓습니다.

올해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비를 피해 수확할 수 있었지만, 폭염속에서 예초기를 어께에 매고 감자 잎과 풀배고, 멀칭한 비닐 벗기고, 수확하느라 고생했습니다. 더위속에서 일하다 보니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되어, 오늘 현재 대상포진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감자로 얼마나 번다고, 악착같이 일하고 일하는 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만, 매년 홍감자를 기다리시는 고객을. 생각하며 감자를 심었습니다. 내년에 감자를 또 재배할 확률은 50:50 입니다만, 2025년 부터는 더 이상 감자를 재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운기등 농기계 운전부터 힘이 부칩니다.

작년에는 감자를 수확한 밭에 콩과 깨를 심었습니다. 금년에도 콩과 깨를 심자고 아우에게 말했더니, 아우가 하는 말이 “형, 죽어 ~~~”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을 감자 재배 및 판매에 투자하고, 농기계 임대료, 퇴비, 비료, 비닐, 택배비 등등 제반 경비 제외하고 약 000만원이 남을 것 같습니다. 한달 평균 00만원입니다. 농번기 농부의 하루 일당이 10~15만원입니다. 자기 농사 짓지 않고, 일당제로 남의 농사 짓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농촌의 아픈 현실입니다.

금년 감자 판매 예약은 다음 주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가격은 작년과 동일한 4만원입니다. 가격과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농부를 배려하는 도시민의 따뜻한 마음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