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이후,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닭'과 인사를 나누며 모이를 주는 일이었습니다. 발자욱 소리에 모이를 달라고 문 앞으로 달려들어 인사하는 닭들은 아주 아주 어린 동생들이었습니다. 수탉 2마리와 암탉 9마리가 엮어내는 '사랑과 전쟁'은 우리 가족에게 늘 웃음을 주었고, 닭들이주는 '선물(계란)'로 식탁은 항상 풍요로웠습니다. 냉장고에 차고 넘치는 계란은 이웃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짐승은 잡아 먹는 것이 아니라는 모친 말씀에, 사위가 오면 이웃집 닭이 식탁에 올라오곤 했습니다. 키우는 동안에 죽은 닭은 양지바른곳에 묻어주었습니다. 닭이 천수를 누릴 경우, 30년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평균적으로 닭은 1년을 살기도 힘들 것입니다. 2년 넘게 살은 우리 집 닭들은 산란율이 떨어져 밥값(사료값)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정해진 수순에 의해, 4월 중순, 닭들은 이웃집 아저씨 손에 의해 '닭고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계란으로 인해 풍요로웠던 식탁은 단백질이 아쉬운 식탁으로 변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줄어들었다는 기쁨보다, 텅 빈 닭장이 주는 쓸쓸함이 더 큽니다 !! 짐승에게도 아낌없이 정과 사랑을 주고,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는 데, 사람에게 정과 사랑을 주기가 왜 어렵고 힘이 드는지 !!!!
지난 '광천장날'에 수탉 1마리, 암탉 9마리를 사왔습니다, 나름 환경에 적응했는지 병아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녁식사 중, 모친께서 "병아리들이 양계장에서 자라서 그런지 횃대에 올라가 자는 법을 몰라 예전에 병아리를 구입해 왔을 때 일주일 동안 병아리들을 횃대에 올려주었더니 그 때서야 병아리들이 스스로 횃대에 올라가 자더라" 말씀하셨습니다. 닭장에 들어가 보니, 모친 말씀처럼 병아리들은 횃대에 올라가 자지 않고, 닭장 한 구석의 맨바닥에 서로 엉켜서 자고 있었습니다. 이에 병아리를 한 마리씩 잡아서 횃대에 올려놓아 주기를 3일째 하고 있습니다. 병아리들이 스스로 횃대에 올라가 잘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없어진 아침 일이 부활하고, 저녁에 과외의 일까지 생겼습니다. 농촌의 생활은 일 더하기 일 이며, 농촌의 어르신들은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말씀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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