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5일 작성글 옮김
초 치는 농부에게 비 내리는 날은 야외 활동이 없는 날이라, 상대적으로 한가한 날입니다. 휴일 입니다.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목적은, 자급을 통해 지출을 줄이고, 잉여물을 판매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귀농 전에, 관심과 참여, 만남과 대화를 통해 꾸준히 유지하여온 인맥은, 귀농 후 농산물 판매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꼭 도움이 아니더라도, 맺어진 인연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농 초기, 모임이 있으니 참석해 주면 좋겠다고 연락이 올 경우, 가능한 참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 대부분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중 모임의 경우, 홍성 집 출발 서울 목적지 까지 편도 3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홍성 행 장항선 마지막 열차를 타려면, 오후 8시 30분까지는 용산 역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참석한다 해도 같이 하는 시간이 너무 적습니다. 친구들과 산행 다니기 가장 좋은 봄 가을의 주말 모임은,집합 시간 및 해산 시간을 감안하면 저에게는 2박 3일 일정이 되곤 하며, 농부에게는 시기적으로 가장 바쁘기 철이기도 합니다.
모임에 빠지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자, 모임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도 줄어듭니다. 만남이 없으니, 공통의 대화 소재도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전화 통화나 문자도 점점 뜸해집니다. 관계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찿아 가지 못하면, 찿아 오게 하여야 합니다만, 홍성까지 찿아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찿아 오게 하여야 합니다.
간혹, 홍성을 방문하고 싶은데, 방문이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친구(고객)들이 있습니다. 저의 대답입니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친구가 오면 한가해진다.”, “나는 사람이 와야 쉰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일만 한다. 따라서, 친구가 오면 덕분에 쉴 수 있게 된다.”, “사람 사는 집에는 사람이 찾아와야 된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안 오면 귀신이 사는 집이 되니,나 귀신 만들지 마라.”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을 서운하게 보내지 말자.” 생활 신조 중의 하나 입니다. 따라서, 자급자족할 농산물의 양보다 1.5배 이상을 재배하여, 방문하는 벗들에게 철 따라 머위, 죽순, 감자, 껫잎, 고구마 등등을 나누어 줍니다. 수박과 참외가 익으면 따서 즉석 파티도 합니다. 같이 방문하는 어부인에게는 친정입니다.
또 하나, 저만의 특별한 무기 입니다. 홍매실로 담근 ‘매실주’입니다. 맛 본 친구들은 더 달라고 전화도 합니다. 저를 통해서 만 맛볼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술이 있다는 것, 이는 귀농 생활의 멋이자 사람 사는 멋이기도 합니다.
초가 익는 항아리 구경도 하고, 매실주 맛보러 오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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