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귀향일기 (홍성 소식 15) - 호박 2015.11.5 작성 글

정재황 2015. 11. 21. 22:09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은 겹경사를 의미한다. 우리는 인물없는 여자를 호박이라 칭하는데, 옛날 분들은 왜 가치없는 호박을 가지고 겹경사를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옛날에 호박은 귀한 작물이었으며, 넝쿨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어제 텃밭에 있는 각양각색의 호박을 땄다. 크기도 커서, 어깨에 짊어지기까지 했다. 큰 호박은 닭 먹이로 사용하고, 작은 호박은 식탁에 오를 것이다. 한동안 호박만 먹게 생겼다 !.

우리집 닭은 호박을 먹는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쪼개 닭장 안에 넣어 놓으면,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콕콕 찍어 먹는다. 닭이 먹고 남은 호박의 외피는 사과를 깎은 껍질처럼 얇다. 닭들은 정말 알뜰히도 호박을 먹는다. 좁디 좁은 닭장에 갇혀, 사료만 먹는 닭을 TV에서 보아온 도시민은 호박을 먹는 닭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몹시 신기했다. 하기야 배고프면 무엇을 못 먹겠는가 ?

호박을 쪼아먹는 닭을 보다가 불현듯 호박을 말린 호박꼬지가 생각났다. 추운 겨울, 호박꼬지를 넣어 만든 시루떡과 동치미 한사발이면 배가 든든할 것이다. 방아기계 사용법은 배웠으니, 떡 만드는 법도 배워야겠다. ( 현미흑초를 만들려면, 현미를 빻는 방아기계와 고두밥을 찌는 기계가 있어야 한다. 설비가 있는 우리집은 명절날 마을 방앗간 이다. - 이웃이 떡 만들려면, 홍성읍까지 가야한다 )

호박씨는 알칼리성이고, 고단백에 마그네슘도 풍부하다고 한다. 호박씨 많이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