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은 1978년 10월 7일 규모 5.0의 큰 지진이 발생한 곳이며, 빈번하지는 않지만 서해로 북상하는 태풍에 의해 피해를 입곤 합니다.
따라서, 노지에 항아리를 놓고 (현미흑)초 치는 형제의 큰 걱정중의 하나는 지진 또는 태풍에 의한 피해입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현미흑)초가 담겨있는 항아리기 파손되면, 그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식초 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태풍 ‘링링’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 중이고, 강풍을 동반해 강풍에 의한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기상특보가 9월 4~5일 사이에 각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태풍에 대한 그 어떤 대책도 세우기가 어려웠고, 단지 피해가 없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었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작년 19호 태풍 ‘솔릭’이 홍성 근처로 온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대비책이라는 것이, 고작 비어 있는 항아리를 장독대 아래로 내려놓는 일 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태풍경로가 예상을 빗나가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태풍의 경로는 거의 확정적이었고, 강한 바람이 양초장을 덮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
할 수 있는 대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을식초를 담기 위해 8월말에 세척해 놓은 빈 항아리를 장독대에서 바닥으로 내려놓는 것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장독대 위에 플라스틱 파레트를 놓고, 그 위에 항아리를 놓아 두고 있기 때문에, 항아리 밑바닥이 닿는 곳과 플라스틱 파레트 표면의 마찰계수가 적어 빈 항아리의 경우에는 바람에 밀려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바람이 매우 강할 경우에는, 숙성 중인 현미흑초가 담겨있는 60KG 정도의 무게있는 항아리도 바람에 밀려 장독대 밑으로 떨어져 깨질 수 도 있고, 더 불안한 것은 항아리 뚜껑이 바람에 날려 다른 항아리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시적인 돌풍으로 항아리 뚜껑이 날라가 항아리가 깨진 경험도 있었습니다.
태풍이 올라오는 6일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7일 오전 11시 경이 되자,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태풍이 홍성 옆에 있는 태안군 앞바다를 지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대나무 밭의 대나무들이 부러질 듯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이렇게 강한 바람을 얼굴에 맞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혹시나 강풍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항아리가 놓여져 있는 발효장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발효장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찢겨나가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찢겨나가는 범위가 넓어져 갔습니다.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습니다. 제발 항아리만은 무사하기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태풍의 중심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일시적으로 바람이 거세지기도 하였지만, 서서히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항아리 피해 없이 비닐하우스의 비닐만 찢어지고, 태풍 ‘링링’이 지나간 것입니다.
집 주변을 둘러보니, 사과나무가 1그루가 뿌리째 뽑히고, 감나무 가지도 부러졌습니다. 모친이 애지중지 하던, 화분도 6개나 넘어져 깨졌습니다.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길의 가로수도 뽑혔습니다.
피해가 이만하기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 입에서 저절로 나왔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다음날은 맑다고 하는데, 일요일인 8일은 날이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8일 아침부터 부랴부랴 찢어진 비닐하우스를 보수 하였습니다. 다행히 비닐하우스의 비닐도 전부 날라간 것이 아니라, 일부만 찢어졌기에 나름 빠르게 보수 하였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보수하는 도중에 비가 내렸지만, 비를 피하기 보다는 비를 맞으면서라도 비닐하우스를 보수하는 게 중요하기에 열심히 보수를 했더니 오후 5시경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노지 양초장에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진으로 부터 항아리를 보호할 방법은 없읍니다. 지진이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러나, 태풍속에서 항아리를 보호할 방법은 있을 것 입니다. 내년 태풍이 오기전 까지 대책을 반드시 강구해 놓을 것입니다. 혹시 좋은 의견 있으시면 조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태풍 ‘링링’이 지나갔고, 추석 연휴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태풍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일손이 농어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조속히 피해가 복구되기를 소원합니다.
추석 연휴의 남은 시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빈 항아리를 장독대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은 모습
*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바람에 찢겨나간 모습
* 찢겨나간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보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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