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곁을 떠난 후, 형제는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명절, 어머님 생신, 선친의 제사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서먹서먹한 감정도 있었고, 때로는 의견 충돌로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습니다.
귀농 후, 형제가 함께 ‘(현미흑)초 칩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여야 할 일을 협의하고, 함께 땀을 흘립니다.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우애(友愛)’가 깊어집니다. 형제는 일을 분담함에 있어서 상대방을 먼저 배려합니다. 일이 먼저 끝나면, 휴식 없이 상대방에게 달려가 일손을 보탭니다. 내가 편하면, 아우가 힘들고, 아우가 편하면 형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제를 바라보시는 노모의 얼굴에 웃음이 퍼집니다.
가끔은, 형인 제가 하여야만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아우가 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 경우, 일이 좋거나 싫다는 가치판단을 놓아버립니다. 하기 싫은 일에 집착하면 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반드시 하여야 하기에 (군말 없이)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일은 종료됩니다.
오늘은 하기 싫은 일 중의 하나인 ‘누룩용 갈대발 청소’를 완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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