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귀향일기 (홍성 소식 5 ) - 수닭 2015.10.27 작성글

정재황 2015. 11. 16. 21:54

 

 

 

 

밤새 반가운 단비가 내렸습니다. 오전일과 취소 ! 덕분에 홍성 소식 올립니다.

집에는 조그마한 닭장이 있다. 나의 일과는 기상 후, 닭에게 물과 모이를 주고, 닭이 낳은 계란을 실례(?)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닭장 속의 닭들이 출입문 앞으로 다가와 반가이 맞이 해준다. 닭이 모이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계란을 실례한다. 닭에게 있어서, 나는 먹이와 사랑을 주는 주인인지, 아니면 닭의 후손을 강탈하는 강도(?) 인지 자문하여 본다. 닭이 낳은 달걀은 "초란"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닭장에는 아홉 마리의 암닭과 한 마리의 수닭이 있다. 9명의 왕비를 거느린 수닭이 부러운 사람은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나도 부럽다 !! 성비를 개선하고자 추가로 한 마리의 수닭을 닭장에 넣었다. 닭장에 평화가 깃들었을까 ? 왠걸, 기존의 수닭이 죽었다. 닭들의 세계도 생존경쟁이 치열한가 보다. 죽은 수닭을 묻으면서 "자중 좀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수닭은 행복할까 ? 그렇지 않다. 암닭에 비해, 살도 없고, 깃털도 군데군데 빠져있다. 너무 무리했나 보다 !. 지금은 암닭에 치여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수닭이 모이통으로 다가오면, 암닭이 쫓아낸다. 암닭이 모이통에 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동안, 수닭은 허겁지겁 모이를 먹는다. 반면 암닭은 기름이 줄줄 흐르고 토실토실 하다. 잡아 먹기 딱 좋아 입맛을 다신다. 그러나 울 엄니는 집에서 기르는 짐승은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위(매제)가 오면, 옆집에서 닭을 사오곤하신다. 우리집 암닭은 명도 길다 !

닭의 세계도 여성상위 시대인가 보다 ! 헌신하고 치이는 수닭이 애처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