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22 - 닭

정재황 2016. 12. 25. 18:49

2014년 가을에 수탉 2마리와 암탉 9마리를 들여, 닭을 키워왔습니다. 이 닭들간에 발생하는 '사랑과 전쟁' 및 '왕따'에 대해서 '홍성소식 5', '홍성소식 14' 및 '홍성소식 30'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닭을 키우면서, 닭의 세계 - 그 놈이 그 놈인 것 처럼 보이지만 - 에서도 인간처럼 잘생기고 용감한 숫놈이 암놈을 차지한 다는 지극히 평펌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 고구마 수확을 위해,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이웃집 아저씨가 4마리를 도축하여 주었습니다. 도축의 최우선 순위는 그간 못된 짓을 한 숫놈과 암놈 세마리였습니다. 가축도 착하게 살아야 오래삽니다 !!

120일 정도 사육된 암탉은 그 때부터 약 1년간 270~320개의 계란을 낳고, 이후가 되면 먹는 사료값 대비 알을 낳는 기간이 길어져 경제성이 없어집니다. 집에서 닭을 키우는 주된 이유는, 자급용 '유정란'을 얻고자 함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상실한 닭들은 산란계에서 육계로 변신하여 밥상에 올라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 입니다. 그러나 집에서 키우는 짐승을 도축하여 먹는 것을 꺼리시는 모친때문에 남은 7마리의 닭들은 하루하루 끈질기게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습니다. 그 7마리 중 한 마리가 크리스마스인 이브인 전날 갑자기 죽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AI 때문인지 불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내일은 닭장을 소독할 예정입니다.

닭의 자연 수명은 30년이라고 합니다. 그 30년을 지켜본 인간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인간을 위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간 닭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요즘 '닭' 때문에 마음 상하신분 들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