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80 – 나무심기

정재황 2018. 4. 5. 19:02
형제가 귀농하여 (현미흑)초치고 있습니다. 아우가 대표입니다. 형인 저는 그냥 농부입니다. 양초장의 일과는 고되도, 사장에게 반말하며 일하니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우가 사장이기에, 우리 형제는 어머니를 ‘회장님’이라 부릅니다.

어머니가 마을 아주머니들이나 양초장을 방문하신 손님과 함께 계시면, 우리는 큰 소리로 ‘회장님’하고 어머니를 부릅니다. ‘회장님’이 누구지 하며,다들 고개를 돌리면, 어머니가 수줍은 미소로 ‘왜 ?’ 하며 대답을 하십니다. 어머니는 소원중의 하나를 이루신 것입니다.

저녁식사 도중에, 어머니께서 “나무를 사다 심어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친께서 의견을 주시면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남은 날이많지 않기에 마음이 급하다.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그런다”. 어머니의 의견이 영순위가 되는 비책입니다.

식목을 위해, 어머니, 아우와 함께 지인 댁을 방문하여 6그루의 ‘마가목’을 얻은 후, 홍성군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왕대추나무 2주, 밤나무 2주, 무화과 2주, 석류 2주, 바이오체리 1주, 그리고 조경용으로 백목련과 개나리를 각 2주씩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꽃화분’을 보시더니, 그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으십니다. 어머니가 꽃화분을 사고 싶다는 뜻입니다. 평소에도 장을 보시다가도 ‘꽃화분’만 보면 기어이 사오실 정도로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이시기에, ‘제라늄, 후국샤, 레위시아’ 꽃화분을 추가로 구매하였습니다.

계산 후, 구매한 꽃과 묘목을 차에 싣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이팝나무 2주, 왕벗나무 2주, 남천 한다발을 추가로 주문하시어, 결국 약 10만원어치의 나무묘목을 구입하였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마가목을 심고 있는데, 곁에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무 들아 잘 살아나서 예쁜 꽃을 보여주렴. 사랑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내가 이 꽃을 보고 죽을 수 있으려나….”

당근이죠 !! 내년, 후년, 그 이후에도 꽃 보셔야죠 !!

귀농 후, 양초장 주변에 50여 그루의 과실수, 20여 그루의 무궁화, 150여 그루의 탱자나무 등등 3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항아리속에서 익어가는 식초처럼,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