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홍성소식 192 – 빨간감자

정재황 2018. 7. 1. 14:01

홍성으로 귀농 후, 작년에 처음으로 빨간감자를 재배하여 판매하였습니다. 판매가 잘되어 생산량을 완판하였습니다. 감자를 구매하여 주신 일부 고객분들은 감자가 맛있다고 올해 판매할 때 꼭 연락달라고 전화와 문자도 주셨습니다.

작년의 반응을 감안하여, 재배면적을 15%정도 늘려 올해도 감자를 심었습니다. 감자캐기 전에 사전예약을 해주십사 글을 올렸으나, 예약은 작년의 2/3 정도여서, 생산된 감자의 완판을 걱정하여야 했습니다.

6월 18일부터 25일 까지 감자를 캤습니다. 작황이 부진하여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예약분은 커버할 수 있겠지 하며, 무더운 햇살아래 밭에서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무더위에 치진 몸은 햇빛 알레르기 반응이 와서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았습니다.

수확하고 보니, 재배면적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수확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하였고, 감자 크기도 예년만 못합니다. 실망이 가득합니다.

(홍성군 은하면 학산리는 마을 전체가 감자 밭이고, 전부 수확량 및 감자크기가 감소했습니다)

판매를 위해, 27일부터 수확한 감자 하나 하나 전수검사하여 포장하였습니다. 흙을 털고, 굼벵이 먹은 것, 캐다가 상처 난 것 등등을 제외하니, 수확량이 또 15% 정도 줄었습니다.

6월 28일 포장한 감자 일부를 택배로 발송하였고, 7월 1일, 오늘에야 포장작업을 완료하였습니다. 택배차는 비가오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일기 조건에 따라, 내일 또는 모레 주문하신 감자를 택배 발송합니다.

감자 크기가 맘에 들지 않는 고객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점지하여 주시는 것이고, 저는 저 나름 최선을 다했음을 이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800평의 땅에 4개월의 시간을 투여하고, 씨감자 값, 포장용 박스비, 택배비, 비료비, 농기계 임차비, 아줌마 인건비 등등을 제외하면, 실 소득이 400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올해는 감자 농사를 망쳤습니다 작년 대비 욕심을 부려 하늘이 벌을 주신 것 입니다.

감자 농사 힘듭니다. 더구나, 선배님, 동기님, 후배님들 및 인양양초장의 현미흑초 사주시는 고객님들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농약없이 감자농사 지어 더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감자를 심을 것입니다. 맛있게 먹어주시는 동기님, 고객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예약한 고객님들은 내년에도 구매하여 주시고, 올해 구매하지 않은 분들은 내년에 감자 꼭 사주셔유 ~~

감자를 받은 고객님의 문자 입니다. 이 맛에 감자 농사 짓습니다만, 앞으로 길어야 5년입니다. 체력이 딸려서 ~~

- 집 사람이 감자볶음을 했는데, 이런 기막힌 감자 맛은 처음일세 , 내 인생 최고의 감자네 !! 정말 대단한 감자일세
- 재황씨~~, 감자 잘 받았고, 울 엄니 말쌈이 80년 동안 드셔본 감자 중에 최고란다, 이렇게 맛있는 감자는 처음 드셔보신다네, 고마우이, 한 박스 더 보내주라
- 사장님, 감자 너무 완전 맛있어요, 오늘 한가득 쪄서 감자만 흡입, 금방 먹을 것 같은데 다시 한박스 시킬께요

(저는 사장이 아니라, 초치고 감자 심는 농부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