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질 무렵,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항아리속에서 술이 익고, 식초가 익는 냄새가 양초장에 가득합니다. 추석인 어제도 80개 항아리의 식초를 저어주었고, 오늘도 식초를 저어줄 예정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옹기/항아리 입니다.
진흙으로 구워 만든 그릇을 옹기(甕器)라고 합니다. 옹기는 신석기시대 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빗살무늬토기 기억하시죠 ?).
옹기에서 잿물 칠을 하지 않은 것은 ‘질그릇’이라 하고, 잿물 칠을 한 것은 ‘오지그릇’ 이라고 합니다. 질그릇이나 오지그릇으로 만든 식기류를
‘뚝배기’ 라고 합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는 말은 겉모양은 보잘것없으나 내용은 훨씬 훌륭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옹기는 굽는 온도에 의해서도 구분이 됩니다. 600℃ 이상에서 소성(燒成)한 것을 토기(질그릇), 1100℃ 이상에서 소성하면 경질토기(硬質土器), 1200℃ 이상에서 소성한 것을 도기(陶器), 1300℃ 이상에서 소성하면 자기(瓷器) 라고 합니다. 투명유약을 바른 제품을 자기, 불투명 유약을 바른 제품을 도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살림에는 옹기가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조상님의 가정에서 옹기가 차지 하는 비중은 매우 컸습니다. 자기(瓷器 )의 경우는 양반 귀족들의 전용물로서 제기, 시기, 주기, 문방구 등에만 사용되었지만, 옹기(甕器)는 빈부귀천을 초월하여 온 겨레가 저장용기, 운반용기, 주방용기, 실내용기, 시기, 제기류, 문방구 등 모든 분야에 폭넓게 사용하였습니다.
옹(甕, 罋 瓮)은 ‘독 옹’ 자로서, 독은 장을 담그거나 소금을 저장하거나 김치를 담그는 데 쓰이는 가장 큰 그릇을 말합니다. 독과 항아리는 흔히 동일어로 사용되는데, 독은 배가 약간 부르거나 곧게 되었지만, 항아리는 배가 부른 것으로 구분됩니다. 음식물 등을 저장하기 위한 항아리보다 약간 작은 질그릇은 ‘단지’입니다.
항아리에 사용되는 유약은 나무(참나무, 소나무)등을 태우고 남은 재를 물에 풀어 잿물을 만들고, 고운 흙(약토)을 섞어 걸죽하게 만든 것입니다. 옹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것을 유약이라 하지 않고 재를 물에 풀었다고 하여 잿물 이라고 합니다. (천연유약) 질 좋은 황토로 빚은 그릇을 잿물에 담그었다가 건조시켜 가마에서 열을 가하면 재가 약토와 분리되며 그릇의 표면으로 녹아나와 유리같이 투명한 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막이 수분의 흡수,배출을 차단시켜 옹기로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양양초장은 청광리 이웃 농가에서 재배한 ‘설갱미’와, 홍성 구항면 소재 옹기집에서 천연유약을 사용하여 만든 항아리를 이용하여 식초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약하나마 농촌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항아리’하면 ‘납’을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것 입니다. 1974년 보건사회부의 식품법 제정 제 35호로 옹기의 납 성분 허용치가 0.1PPM으로 규정됨에 따라 납 성분이 포함된 ‘광명단 옹기’는 한국에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항아리에서 발효된 현미흑초 뿐만아니라 김치 된장, 간강 등등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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