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일기

귀향일기 (홍성 소식 27 ) - 감 2015.11.17 작성글

정재황 2015. 11. 24. 15:11

집 앞쪽에 있는 텃밭 ( 우리는 이를 꼬마 과수원이라 부른다 ) 에는 세 그루의 감나무가 있다. 가을이 되면, 감이 정말 탐스럽게 열리고, 까치 및 이름 모를 새가 감나무에 와서 실례하고 간다.

작년에 감을 따려고 하니, 앞집 아줌마(할머니)가 와서 화를 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아줌마가 살 때 감나무를 심었고, 우리 보다 앞서서 우리 집에 살았던 사람도, 권리를 인정하여 감을 따지 않았다고 했다. 요지는 내 감나무니, 우리는 감을 딸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가 감을 심었는지 알 수 없고, 앞서 살았던 사람이 감을 땄는지 못 땄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감나무는 엄연히 우리 집 텃밭에 있다. 아줌마 집은 감나무에서 직선 거리로 약 20mm 정도 떨어져 있어, 감나무 가지 조차도 아줌마 집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다. ( 실제는 담장도 없다 ). 반면, 유감스럽게도 아줌마 집에는 감나무가 없다

집의 소유권이 변경되면, 집에 속하는 땅 및 나무 등 각종 부속물의 소유권도 자연스럽게 변경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집에 있는 감나무의 소유권이 우리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황당했다.

우리는 귀향한 굴러들어온 돌이다. 박혀있는 돌과 다툼이 일어나면, 마을에서 생활하기가 어렵다. 박혀있는 돌을 뽑아내기 보다는, 곁돌이 되어 공생하여야 한다. 아줌마와 타협을 하였다. 감나무를 하나씩 나누어 갖기로 한 것이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 땡감나무라 감이 맛이 없고 감도 얼마 열리지도 않는다.

감나무 하나에 약 300개가 넘는 단감이 열린다. 그간 따 먹은 것도 많은데, 오늘 오후에 까치 밥 주고도 250개가 넘는 감을 땄다. 겨울 내내 감 실컷 먹겠다 !!

지난 봄, 텃밭에 감나무 2 그루를 새로이 심었다. 새로 심은 나무에서는 감이 언제 열리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