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들음은 ‘말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말을 함으로써 생각을 걸러냅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문제지만, 말을 덜 하면, 서로 이해하는 폭도 좁아집니다.
귀농생활의 장점 중 하나는 ‘가족’과의 대화가 많다는 것 입니다. 가족간 이해와 사랑이 깊어집니다. 반면, 단점 중의 하나는 시간과 생각을 함께 할 ‘대화’의 상대가 적다는 것 입니다. 이 또한, 수시로 벗을 찾지 못하는 게으른 농부의 변명입니다.
‘대화’의 부족함을 메우고자 ‘책’을 읽고, ‘YouTube’의 각종 (인문학) 강연을 시청합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과의 간격을 좁히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는 몸부림입니다. 그러나, ‘주경(晝耕)’은 실천해도, ‘야독(夜讀)’’은 의욕만 앞서고, ‘잠’을 이기지 못합니다. 읽음이 부족하니, 자기를 표현하는 ‘글쓰기’는 언감생심 입니다! 향기가 부족합니다.
저의 소임은 초 치고, 농사 짓는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준비해온 올해의 ‘식초 담그기-밑술 만들기’를 오늘 끝냈습니다. 180개의 항아리 속에서 새로 빚은 술이 익고, 900개가 넘는 항아리 속에서 식초가 익고 있습니다. 양초장 전역에 술 향기, 꽃 향기가 가득합니다. 반짝인다고 다 금이 아니듯이, 시다고 다 식초는 아닙니다 !
지난 3월 ~ 5월에 흘린 땀의 결과로, 6월 하순부터 올해 농사의 수확이 시작됩니다. 순차적으로 매실(매실주), ‘(빨간)감자’를 수확합니다. 연이어, 참외, 수박, 콩, 고구마, 깨, 호박 등등을 수확하게 됩니다. 9월이 되면, 5년산 식초가 본격적으로 출하됩니다. 이제 해마다 5년산 식초가 출하되고, 3년 후에는 8년산, 5년 후에는 10년산 식초가 해마다 출하될 것 입니다. 밭에 심은 농산물과 항아리 속의 술과 식초가 익어가듯이 저의 “삶’도 익어가고, 더불어 ‘얼굴’도 점점 검게 익어갈 것 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이 십 년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강산은 어제도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양초장도 어제도 변하고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양초장이 10살이 됩니다. 삶이 초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다보는 풍경처럼 재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명품의 향기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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