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소재 7사단 영내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출생은 ‘감자바우’이지만, 2살 때부터 2015년 귀농 전 까지 50년 넘게 서울에서 생활했으니, 강원도를 고향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감자’는 아주 좋아합니다. 강원도 물로 제가 만들어 졌기 때문입니다 !
귀농 후, 약 800여 평의 밭에 ‘빨간감자(홍감자)’를 재배하여 판매한지 올해가 4번째 입니다. 먹기만 하던 감자를 제가 재배하고 판매하게 될 줄은 ‘신’만이 알고 계셨을 것 입니다.
매년, 약 800평의 밭에서 수확한 250여 박스 중, ‘상품’으로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감자는 150여 박스 내외 입니다. 감자 하나 하나를 선별하고, 흙을 털고, 구매하여 주신 고객님(대부분이 선배님, 동기님, 후배님 및 지인)께 보내드리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화와 문자도 주십니다. 어느새, 고정 고객이 100 여분 됩니다.
‘홍감자’는 ‘수미감자’에 비해 크기도 작고, 수확량도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크고 맛있는 감자를 원하시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따라서,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감자를 공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6월 18일, 흐린 날씨와 오락가락 하는 빗방울 속에서 오전 8시부터 감자를 캐고, 박스에 담고, 박스들을 비닐하우스 창고로 다 옮기고 나니 오후 10시 30분, 저녁식사는 11시 30분이 다 되어 할 수 있었습니다. 10KG 감자 박스를 들 힘도 없어 넘어지기도 한 힘든 하루였습니다.
6월 21일 부터 선별 작업 및 포장작업을 시작하여, 6월 23일 부터 순차적으로 택배 발송합니다.
올 감자 작황은, 감자 싹이 나올 때의 냉해 피해와, 5월의 잦은 비로 인해, 작년만 못합니다. 특히 감자 크기가 작년에 비해 작습니다. 선별하고 선별하면, 예약분은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일부 고객님은 작년 대비 감자 크기에 불만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자를 수확하며, 걱정이 앞섰습니다. 오늘 일부 예약고객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전화도 드렸습니다.
감자 농사 결산하면, 적자 면하면 다행이고, 흑자가 나도 쓴 웃음이 납니다. 택배 발송이 끝나면 못 생기고, 작업 중 상처 나고, 굼벵이가 먹은 감자, 그리고 조림용 감자만 창고에 가득하게 됩니다, 지겹게 감자 먹다 보면 한 해가 지나가고, 감자 심을 철이 돌아옵니다.
그래도 ‘빨간감자’를 기다리는 고객님들이 계시기에 내년에도 감자 농사 지을 것 입니다. 아직 체력이 있는데 농부가 땅을 놀려서야 되겠습니까 ?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만, 저의 상황이나 처지를 남이 알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Everyone wants to be h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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