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흑초 - 궁금하세요 ?

13. 인양양초장 이화곡 (梨花麯) / 누룩 띠우기

정재황 2017. 6. 23. 12:28

누룩은 반드시 ‘띄우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를 ‘발효(醱酵)’라고 합니다. 누룩을 만들어 두면 제일 먼저 젖산균이 자라고, 젖산균의 도움으로 누룩의 재료나 물, 공기, 등의 원재료 존재하던 잡균이나 세균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상대적으로 젖산에 강한 누룩곰팡이와 효모의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효모는 번식을 중단하고, 최후에는 누룩곰팡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과정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쌀 반죽으로 만들어 놓은 야구공(공룡알)에 누룩 곰팡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쌀가루라는 영양분과 반죽할 때 들어간 수분, 그리고 적절한 온도가 필요합니다. 누룩 디디기를 통해 영양분과 수분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졌기에, 누룩곰팡이가 잘 자라도록 3~4주간 온도관리 및 수분증발을 관리하여야 합니다


이화곡이 띄워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효열은 상층부로 올라가기에 하층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집니다. 따라서 디뎌진 이화곡이 담긴 플라스틱 빵박스의 위치를 매일 매일 바꾸어주어야 하며, 개별 빵박스에 담긴 이화곡도 위/아래를 뒤집어 주어야 합니다. 중력에 의해 수분이 아래로 몰리기 때문에, 위 아래를 뒤집어 주어만 이화곡의 아래 부분에 고인 수분이 위 부분으로 올라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처럼 수분의 증발을 조절해 주는 작업을 3~4주간 매일 진행하면서, 누룩곰팡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띠우기가 완성되면 야구공 모양의 이화곡은 돌맹이처럼 단단해 집니다.


‘띄우기’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스가 발생하고, 수증기와 열이 가득 차기에, 발효실 내부에서의 작업은 곤욕입니다. 때문에 발효실내 작업은 가급적 해가 진 이후에 하고, 방독면을 쓰고 작업을 합니다. 작업을 마치면 온 몸에서 고릿한 냄새가 나기에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밀누룩을 구매하여 식초를 만들면 편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곡을 직접 만드는 것은 명품을 추구하고자 하는 장인의 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