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기계로 빻은 쌀을 반죽하여 야구공 모양의 성형(이화곡 디디기) 작업이 끝나면, 이어지는 작업이 바로 ‘띄우기’ 작업입니다. ‘띄우기’란 성형된 이화곡에 누룩곰팡이가 잘 자라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저는 곰팡이를 키워, (현미측)초치는 농부입니다. 남은 인생이 초치는 인생입니다.
이화곡에 누룩 곰팡이가 잘 자라려면 세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곰팡이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으로 빻아 반죽한 쌀입니다.
둘째, 수분입니다. 이 수분은 성형하는 과정에서 반죽용으로 공급됩니다.
셋째, 온도관리와 건조조절 입니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성형’ 작업이라면, ‘띄우기’ 작업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띄우기’ 작업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젖산균이 자랍니다. 이 젖산균의 도움으로 잡균이나 세균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상대적으로 젖산에
강한 누룩곰팡이와 효모의 활동이 활발해 집니다. 효모의 증식과 대사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고 열이 발생함으로써, 성형된 누룩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 때 반죽 시 물의 양의 다소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누룩의 완성은 이렇게 열이 발생하고 부풀어 올랐던 반죽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열이 식고 딱딱해지면서 누룩 곰팡이가 보다 많이
자라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생되는 열로 수분의 증발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수분 증발이 완료되면 누룩이 다 띄워진 것입니다.
이화곡의 경우에는 성형된 반죽이 빵처럼 부풀어 오른 후 표면이 끈적하게 되는데, 열이 식으면서 이 끈적한 표면이 껍질 형태로 굳어지게 됨으로써 내부에 수분을 오래 유지하게 되고, 수분증발 속도도 늦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쌀 가루는 쉽게 건조되고, 쌀 가루를 이용한 반죽 또한 표면이 쉽게 건조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표면의 건조가 빨리
이루어지면 누룩균이 자라는 조건 중 하나인 수분이 부족해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조상님들은 수분유지에 가장 좋은 형태로 쌀누룩인 이화곡을 디뎠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화곡이 사각이나 원반형의 일반 누룩과 달리 야구공의 모습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수분유지를 위한 조상남들의 지혜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화곡을 잘 띄우기 위한 과정 중의 한가지는 ‘뒤집기’입니다.
야구공 모양의 이화곡 표면에 끈적한 막에 의한 껍질이 생기면 내부의 수분은 중력에 의해 아래 방향으로만 몰리게 됩니다. 그러면, 이화곡의 윗부분은 건조가 되고 아래 부분은 질퍽해 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화곡의 위와 아래를 뒤집어 놓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이화곡 내부의 수분이 골고루 퍼지면서 수분 증발이 천천히 일어나게 됩니다.
또 한가지의 중요한 과정은 ‘누룩판’의 상하 위치를 바꾸는 작업입니다. 저는 이화곡을 띄우는 도구로 플라스틱 빵 상자를 이용하는데, 상자 한 개 당 이화곡이 서로 붙지 않도록 15개씩 놓고, 이 빵 상자를 단으로 쌓아 놓습니다. 단으로 쌓인 플라스틱 빵 상자의 아래 부분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고, 윗 단으로 갈수록 발효열에 의해 뜨거워집니다. 또한 증발되는 수분에 의해 윗 단으로 갈수록 수분량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이 빵 상자의 단 위치를 바꾸어 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결과적으로 이화곡을 한 개 한 개 뒤집어 주는 작업과 빵 판의 위치 바꾸기 작업을 제대로 해야 만 이화곡이 잘 띄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통상 누룩 띄우기 작업은 회차 당 3,000여개의 이화곡과 200여개의 플라스틱 빵 상자가 사용됩니다. 3주 이상 이 작업을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은,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많기 때문에 작업 시에 반드시 방독면을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작업 중 곰팡이에
절은 작업복은 별도로 세탁하여야 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인양양초장의 경험을 토대로 5회에 걸쳐 연재된 누룩만들기는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누룩을 뒤집는 작업
** 작업 후 손에 묻은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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