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만들기 작업 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많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나는 왜 이리 힘들게 이화곡을 직접 띄워서 현미흑초를 만들고 있는가?’ 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작업이 힘들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닐까?’ 하고 자문하여 봅니다.
시중에서 돈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밀’로 만든 ‘누룩’을 사서 현미흑초를 만든다면, 현미흑초를 만드는 작업은 현재의 작업에 비해 매우 단순하고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현미흑초를 만들고 있는 (많은) 분들이, ‘밀누룩’을 구입하여 현미흑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쉬운 방법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쌀누룩’을 직접 디디고 띄워서 현미흑초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생각과 입장 정리입니다.
전통방식으로 현미흑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주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식초는 초산균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알코올(술)을 만드는 것이 우선 되어야만 합니다. 전통방식의 알코올 즉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누룩, 물이
필요합니다. 쌀과 물의 차이에 따라서도 전통주의 맛이 차이가 나지만, ‘누룩’에 의해서도 전통주의 맛은 차이가 납니다.
‘누룩’이란 무엇인가? ‘누룩’이란 전통주의 재료인 쌀 즉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켜주는 ‘효소’라는 물질과, 효소가 전분을 변화시킨 당분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효모’라는 생명체를 포함하고 있는 첨가제를 말합니다.
그럼, 이 ‘효소’와 ‘효모’를 포함하고 있는 첨가제인 ‘누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미 5회에 걸쳐 누룩만들기 과정을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누룩에 있는 ‘효소’는 곰팡이에 의해 만들어지고, ‘효모’는 공기 중에 있는 자연효모가 ‘누룩’을 띄우는 과정에서 자연낙하에 배양됩니다.
‘누룩’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전분(밀 또는 쌀)을 파쇄하고, 여기에 물을 부어 일정한 모양을 만듭니다. 흔히 ‘디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성형’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즉, ‘영양분’과 ‘수분’이 공급된 일정한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 ‘곰팡이’와 ‘효모’가 생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여기에 ‘곰팡이’와 ‘효모’가 생장할 수 있는 적정한 온도를 맞추어 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곰팡이와 효모는 성장을 하게 됩니다. (누룩 띄우기)
‘곰팡이’와 ‘효모’가 생장을 하기 위해서는 먹이가 되는 당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성형한 누룩에는 ‘전분’만이 있습니다. 따라서, 곰팡이는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켜야만 생장을 위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곰팡이균’은 ‘효소’라는 물질을 만들어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킵니다. .
그런데 수분이 없어지면 곰팡이균은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곰팡이균이 생장을 위해 ‘효소’를 다량으로 만들어 냈을 때, 수분을 제거시키면 성형된 누룩에는 ‘효소’만이 남게 됩니다. 이 과정을 ‘띄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소’와 ‘효모’가 포함된 물질 즉 ‘누룩’을 취해 술을 담글 때 활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곰팡이균’과 ‘효모’는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에 따라 또한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즉, 지역과 환경, 온도 등에 따라 각각 다른 ‘누룩’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지역 따라 전통주의 맛이 차이가 나는 원인입니다.
특히 ‘곰팡이균’의 경우는 어떤 곰팡이가 피느냐에 따라 술 맛에 차이가 나게됩니다. 백곡균이 많이 피면 술은 신맛이 강해지고, 황곡균이 많이 피면 단 맛이, 흑곡균이 많이 피면 알코올의 도수가 올라가게 됩니다. 어떤 곰팡이는 ‘방향(향기를 내는)’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자연상태에서 피어나는 곰팡이균은 약 140종류라고 하는데, 각각의 곰팡이균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전부 연구되어있지 않습니다. 전통주는 누룩과 술을 담는 방법, 계절과 온도 등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나게 됩니다. .
이런 관점에서, 나만의 누룩을 이용해 전통주를 만들어야만, 전통주를 이용해 만드는 전통식초 (현미흑초)도 그 지역 고유의 맛이 나는
현미흑초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누룩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전분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밀’이 아니라 ‘쌀’을 이용할 때 또 다른 고유의 전통식초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화곡(쌀누룩)’을 직접 띄워 사용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화곡’을 만드는 작업은 힘들고 고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방식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인양양초장’만의 고유한 맛이 나는
‘현미흑초’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고객님이 어렵게 번 소중한 ‘돈’으로 인양양초장의 현미흑초를 구매하셨을 때는, 반드시 돈을 값어치 있게 사용했다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느끼셔야만 합니다.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해 초치는 이유입니다. ‘초치는 농부’가 고객만족을 위해 ‘장인’이 되고 나아가 ‘명인’이 되고자 하는 충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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