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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소식 297 - 1월/2월 겨울 방학 숙제

양초장에는 1,100개가 넘는 항아리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항아리 속의 (현미)흑초가 깊은 잠을 잡니다. 식초의 곤한 잠을 깨울 수 없기에, 겨울 동안에는 항아리 뚜껑을 열고 닫지 않습니다. 겨울은 타 계절에 비해 확실히 식초를 관리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매일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고, 4월에 누룩을 빚고, 5월에 식초를 담그기 위한 준비로 겨울도 바쁘게 지나갑니다. 그래도, 1월과 2월은 (현미흑)초 지는 농부에게는 방학입니다. 지난 1월, 홍성에는 10번 눈이 내렸고, 4번 비가 왔습니다. 2월에는 4번 눈이 내렸고, 6번 비가 왔습니다. 추위와 야외활동이 불가한 일기 등으로 인해, 방학을 곱배기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방학 숙제(복습이나 예습 따위를 위하여 학생들에게 내 주는 과..

카테고리 없음 2021.03.19

홍성소식 296 - 1월 1일 양초장 설경

정부가 이중과세(二重過歲)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설날(음력 1월 1일) 대신 양력 1월 1일 차례 지낼 것을 강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집은 그 때 이후, 지금까지 1월 1일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설날에 차례 지내는 것을 고려도 해 보았지만, 조상님께 날짜변경을 통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마다, 1월 1일 외출허가를 받으신 조상님이 굶고 가시게 할 수는 없기에, 1월 1일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1월 1일 차례를 지내면, 새해 느낌도 많이 나고, 상대적으로 설날에 비해 물가도 저렴하고, 집안 성(姓)이 다른 사람들이 설날 아무 부담 없이 친정에 가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2월 31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1월 1일 오후 늦게 까지 내렸습니다. 차례를 지낸 후, 모친을 모시고 눈 ..

귀향일기 2021.01.09

홍성소식 295 - 도움

(현미흑)초 치는 농부는, 주어진 환경과 쌓인 경험을 근거로, 귀농생활 및 현미흑초에 관한 글을 쓰고 올립니다. 제가 판매를 원하기도 하지만, 고객이 구매하기를 원하는 현미흑초를 소개하고자 함입니다. 저의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글들이, 히트곡 하나 가진 가수가 기회 있을 때마다 무대에 나와 흘러간 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과 같은 꼴불견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주어진 환경과 경험이 다르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기가 어렵습니다. 배고픈 소에게 고기를 주거나, 배고픈 사자에게 풀을 주는 배려는, 나의 입장에서 단지 내 만족감으로 하는 허상일 뿐입니다. 내 쪽의 필요가 아닌, 상대 쪽을 향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단 한 번의 작은..

귀향일기 2020.11.28